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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녹차

벽라춘의 탄생

중국의 소주는 항주와 더불어 중국에서 미녀가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언젠가 꼭 가보리라 생각하는 지역 중 하나인데, 미녀를 보러 가는 목적 외에도

이곳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차가 나오는 산지이기 때문이다.

 

벽라춘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고, 마셔봤을 차다.

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이며, 용정차와 더불어 중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차라는 평가를 받는다.

 

차가 나오는 동정산은 강소성 소주의 태호라는 호수에 있고, 지리적인 형태로 반도에 속한다.

기후조건이나 토질이 차나무를 재배하기에 매우 적합한 지역이라 이곳에서 생산된

차는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원료가 되는 생엽은 소엽종으로 일아일엽을 채엽 기준으로 삼는다.

이때 일엽의 크기는 다 자라지 않은 상태로 아는 통통하게 살진 모양이며, 이파리는

연하고 아담한 모양이다.

 

특급 벽라춘 같은 경우는 모든 가공을 손으로 진행한다.

힘들고 고된 작업이지만, 숙련된 장인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 벽라춘은

예술작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외형과 깊은 맛을 낸다.

 

중국의 유명한 차들은 탄생에 관련된 설화들이 한 가지씩은 꼭 있다.

명차 벽라춘도 예외는 아니어서

탄생과 관련된 인상 깊고 아름다운 설화가 내려오고 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태호에 둘러싸인 동정산.

태호(太湖)라는 이름처럼 크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지역이다.  

태호에 있는 동정산의 서쪽 마을에 "벽라"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아가씨가 살았다.

이 아가씨는 외모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마음씨도 곱고, 게다가 목소리까지 예뻐서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노래를 부를 때면, 하던 일을 멈춘 채 넋을 잃고 들었다고 한다 

 

입을 반쯤 벌린 채 넋을 잃고 들었던 사람 중에는 "아상"이라는 청년도 있었다.

이 친구는 동정산의 동쪽에 있는 마을에 살던 청년인데,

잘생기고 건장한 체구를 가졌고,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는 어부였다.

젊은 나이지만, 평소 꾸준한 수련으로 무예와 수영에 통달한 청년이었고,

잡은 물고기를 팔러 서쪽 마을에 왔다가 벽라에게 반한 것이다.

선남선녀가 만나면 핑크빛 로맨스가 시작되는 것은 고대에서부터 내려오던 인지상정.  

서로를 흠모하던 두 사람은 점차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롭던 태호에 위기가 찾아온다.

흉악하고 잔인한 용 한 마리가 마을에 나타나 사람들을 도륙하고,

재화도 약탈하고, 마을에 불을 지르는 등등... 사람들을 괴롭히는 못된 짓만 골라서 해댄 것이다.

게다가 나중에는 엄친딸 미녀 벽라까지 납치해서 동정산으로 올라갔으니,

재욕과 색욕을 겸비한 나쁜 용이다.

 

분기탱천한 아상은 그동안 갈고 닦은 무예로 포악한 용을 물리치기로

결심 하고 동정산으로 향했다.

용을 찾아 나선지 얼마 안 되어서 용과 조우한 아상은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7일간 밤낮으로 이어진 전투에서 아상은 결국 용을 처치하고

마침내 벽라를 구출하게 된다.

 

마을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마을로 돌아온 아상은 벽라와 재회의 기쁨도 잠시,

사람들 앞에서 힘없이 쓰러지고 만다.  

혈투를 벌이던 중 입은 상처에 용이 내뿜은 치명적인 독이 계속 스며들어서

이미 중독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 후, 벽라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자 목숨을 구해준 아상을 위해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병간호를 했다.

산과 들로 돌아다니며 병에 좋다는 약초를 구해 달여주기도 하고,

곁에 있으면서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며 극진히 보살폈지만,

아상의 병은 좀처럼 좋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약초를 찾아 헤매던 어느 날, 그녀는 아상이 자신을 위해

용과 혈투를 벌였던 곳에 도착해 있었다.

그곳은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를 말해주듯, 주위의 초목이 모두 불에 타 쓰러져 있었다.

아상을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중 문득 눈에 띄는 멀쩡한 한 그루에 나무가 있었는데 

허리까지 오는 자그만 키에 윤기나는 짙은 초록색 이파리를 가지고,

치열했던 전투의 피해를 비켜간 나무가 있었으니 바로 차나무 님 이시다.

 

 

 

의외의 지역에서 차나무를 발견한 벽라는 병으로 고생하는 아상을 위해

차를 만들어 주기로 하고 정성스레 이파리를 따냈다.

어린잎으로만 한 잎, 한 잎 아상을 생각하며 간절한 기원을 담아 따내었고,

마을로 내려오는 길에 행여나 이파리가 다칠라, 자신의 품에 품은 채 조심스레 내려왔다.

이렇게 정성이 가득한 이파리로 차를 만들어 아상에게 먹이기를 여러 해.  

하늘도 벽라의 정성에 감동했을까. 백약도 고치기 힘들었던 병세가 호전되기 시작했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나자 아상은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다.

 

정성 깃든 노력으로 병을 고친 아상과 벽라의 행복한 미래를 그려보면 얼마나 좋을까.

건강해진 아상을 행복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녀는 부쩍 쇠약해진 모습으로

아상의 품에 쓰러져 눈을 감는다 

 

매일 자신의 간절한 기원을 담아 따내던 찻잎에는 정성 이외에도

생명력 충만한 그녀의 원기도 스며들었고, 이런 찻잎은 아상에게는

가장 좋은 약이 될 수 있었지만, 벽라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수명을 깎아내며 만든 차였던 것이다.

 

자신의 품에서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으로 눈을 감은 벽라를 보며

크게 슬퍼하던 아상은 그녀가 따왔던 차나무가 있는 지역을 찾아간다.

 

 

 

 

그곳에 도착한 아상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벽라의 지극한 정성은 잎을 따내는 것만 들었던 것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병을 고쳐준 고마운 차나무를 위해 그녀는

매일매일 산에 올라 차나무를 가꾸고 보살펴줘서 작지만 아름답고

건강한 차나무가 가득한 다원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고마움과 슬픔을 가득 담은 눈으로 다원을 보던 아상은 차나무에게

"벽라"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남은 평생 차나무를 가꾸며 살았다고 한다.

이런 사연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서서히 사방에 퍼졌다.

벽라와 아상의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떠올리며 매년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와서 차를 땄고, 그 후 벽라춘이라는 이름을 가진 차가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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